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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16 08:03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사제 성화의 날)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354  
신학교에서 사제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을 양성하면서 답답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원에서 양성을 담당하는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또 자녀를 둔 부모들은 철없는 자식들 때문에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본디 가르치고 기르는 처지에서는 배우는 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법이겠지요. 그래서 학생들이 스스로 깨치고 성숙해질 때까지 좀 더 기다려 주려고 애를 씁니다.

열두 제자들과 함께 지내셨던 예수님께서도 크게 다르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그분께서도 제자들을 ‘철부지’라고 부르고 계시니 말입니다.
사실 복음서에는 제자들의 철없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마귀를 쫓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믿음이 부족하여 악령에 시달리는 아이를 구하지 못합니다. 제자들 사이에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를 두고 논쟁을 하는가 하면, 야고보와 요한은 출세할 생각에 예수님께 영광의 자리 옆에 있게 해 달라고 청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런 철부지 제자들을 두고 오늘 예수님께서 보이신 모습은 놀랍습니다. 한탄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고 계시니 말입니다. 왜 그러실까요?

지혜롭다는 자들,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드러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인간적인 지혜는 오히려 장애가 될 뿐입니다. 비록 철없고 부족하지만 연약한 모습 그대로 하느님 앞에 자신을 드러낼 때 그분의 권능이 그 사람 안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우리는 정녕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2코린 12,9)해야 할 철부지입니다.
 (한재호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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